피겨

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를 다시 돌려봤는데...

泫定 2014. 3. 15. 20:14

 올림픽 이후 열통이 터져서 연아 영상 외에는 다른 여자 선수 영상을 하나도 돌려보지 않았었다. 소트니코바 포함. 


 NBC영상으로 보면 연아 연기가 더 좋아 보인다든지 (사실인 것 같다), 러시아 카메라가 주작이라든지(너무 나간 것 같다. 확실히 영상이 구리긴 하다) 하는 말이 있기에, 러시아 카메라가 김연아보다 소트니코바 연기가 좋아 보이는 마법이라도 부렸나 하고 다시 돌려보았다. 모 미국인이 소트니코바는 inspired했고 연아는 그러지 못했다 드립을 했기에 내가 생방 보며 느낀 것과 달리 소트니코바가 그날 한정 빙신이라도 내렸나 다시 확인해봤지.


 새삼 울화통이 터지더라. NBC로 보든 러시아산 영상으로 보든 소트니코바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김연아보다 느리고 단조롭고 거칠었다. 러시아 관중이 환호해 주니 기분은 inpspired했는지 몰라도 몸뚱아리는 전혀 inspired하지 않던데. 그토록 잘났다는 점프는 김연아에 비해 확연히 비루했다. 도약엣지, 토픽, 프리로테이션, 높이, 비거리, 공중자세, 랜딩궤적, 트랜지션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김연아 이하이고, 타라소바의 발언과 달리 연아보다 회전속도가 빠르지도 않았다. 스텝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연아가 구사한 스텝의 반토막밖에 안되어 보이는 단순하고 느리고 버벅거리는 스텝이 프리에서 레벨 4를 받은 유'이'한 스텝 중 하나였다니, 비전문가들이 가장 볼 줄 모르는 부분이 스텝이라는 것을 이용한 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연아의 스텝이 쇼트 프리 모두 레벨 4를 받고도 남을 스텝이었는데! 소트니코바는 총점상 연아 아래는 물론이고 코스트너보다도 아래로 내려가야 맞다. 저런 걸 금메달 딸 만했다고 립서비스하는 일부 피겨 전문가들은 눈이 삐었나.


 반면 연아의 경기는 다시 보니 오히려 명품이었다. 항상 그랬다. 생방은 내가 긴장하면서 보는 탓에 연아 움직임이 평소보다 느려보이거나 긴장되어 보이다가도, 나중에 돌려보면 연아는 그냥 연아였거든. 쇼트 수행도 처음 느꼈던 바와 달리 국내선수권 때보다 별로 떨어지지 않더라. 밴쿠버 때보다 스핀 레벨이 내려갔다느니 하는데 밴쿠버 때보다 스케이팅 스킬과 스텝이 좋아진 걸 생각하면 밴쿠버 쇼트와 비슷한 점수를 받기에 무리가 없었다.


 소치 올림픽 프리 경기는 근래 드물게 상위 그룹 선수 대부분이 클린 연기를 펼친 경기다. 김연아-코스트너-소트니코바 순위였다면 김연아도 코스트너도 소트니코바도 행복했을 거고, 이 날 경기는 명승부로 남았을텐데.


 지난 일 다시 말해 뭐하냐 싶을 수도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아직까지도 간간히 눈에 띄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