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쯤에 충동적으로 친구 따라 예약했던 발리 여행.
숙소는 danoya villa hotel이었다. 4성급 풀빌라라고 한다.
빌라 호텔에 묵어 본 경험은 처음인데, 발리에서는 이런 곳이 리조트보다 싼 곳이 많다고 한다.
다노야 빌라는 사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풀빌라는 아니었다. 오래 된 가정집 같은 건물에, 아담한 전용 풀과 선베드 두 개가 갖추어져 있다.
창틀이나 창문이 잘 닦여져 있지 않고 샤워부스의 물이 잘 안 내려가는 것과 어메니티에 린스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거슬렸지만, 직원들은 모두 매우 친절했고 마사지 솜씨가 상당히 좋았다.
호텔 식사는 그저 그랬지만 과일주스는 맛있었다.
전용 풀의 밤과 낮.
풀은 주기적으로 물이 순환되는 시스템이었다. 담이 높아서 옆 집의 소리는 들려도 전혀 볼 수는 없다.
달과 별을 보며 풀장에 떠 있는 느낌은 행복했다.
빌라의 각 건물 사이의 복도?
우붓 다녀오는 길에 차창 유리에 카메라를 대고 찍은 풍경
발리의 논밭은 우리나라와 풍경이 매우 비슷한데, 배경으로 야자수가 보인다는 점이 이국적.
혹시라도 우붓에 다시 가게 된다면 시골과 밀림을 좀 더 구경해 보고 싶다. 왕궁 주변과 시장은 너무 시끄러웠음.
네카 미술관은 시간 관계상 30-40분 정도밖에 돌아보지 못했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곳이다.
미술에는 조예가 없는 나지만, 멈춰 서서 바라 보고 싶어지는 그림이 많았다.
숙소 창문을 통해 바라본 달.
저런 뿌연 달이 아니라 은쟁반같은 매끄러운 보름달이었지만, 자동 카메라라...
달이야 어딜 가나 똑같겠지만, 난 여행 가면 이런 걸 줄창 찍어대는 습관이 있다.
숙소 창밖을 통해 본 아침 노을
짐바란 씨푸드 먹으며 본 발리의 석양.
전날 숙소로 돌아오며 본 석양은 난생 처음 보는 새빨간 색이었는데, 이 날은 그렇지는 않았다. 수평선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2% 부족했다.
이 날 오전은 제트스키라든지 플라잉 피쉬라든지를 타며 바다에서 놀았는데, 사진은 없다.
새파란 바다 위로 제트스키를 질주하는 기분은 참 좋았는데, 짠바람에 라섹한 눈이 시어서 조금 힘들었다.
GWK공원? 에서 본 발리.
정말이지 쓰잘 데 없는 관광 포인트인데다 입장료는 또 쓰잘 데 없이 비쌌는데, 전망은 좋았다.
비슷한 붉은 색 지붕을 얹은 집들 위로 커다란 연들이 여유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울루와뚜 사원 구경하다 찍은 사진. 쓸 데 없는 사진이지만 바다와 하늘 색이 제법 취향이라서 남겨둠.
수평선이 둥그렇게 찍혔다. 똑딱이로 찍으면 그렇게 되나?
충분히 즐거웠지만, 이제 동남아 여행은 그만 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 싸고 마사지도 싸고 가이드도 싸고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지만, 서핑도 할 줄 모르는 내게 발리의 바다는 사치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의 기억: 풀장에 한가롭게 둥둥 떠서 바라본 달과 별, 파랗고 예쁜 바다색, 예뻐서 군침 흘렸지만 고르기 어려워 차마 사 오지 못한 바틱 사롱들, 네카 미술관의 그림들, 친절한 현지인들, 그리고 아침저녁 시간이 빌 때 읽었던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