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은 유후인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침은 전날 야식 먹고 남은 과자와 터미널에서 산 크로와상으로 해결하고 버스로 유후인으로 출발.
유후인노모리를 타려고 했었는데 전날 하카타역에 도착하자마자 알아봤더니 이미 매진됐다고 하더라고요.
버스는 기차보다 좀 불편하지만 가격이 반값입니다.
일정은 유후인 도착 -> 료칸에 집 맡기고 -> 긴린코 호수까지 걸어서 천천히 이동하며 각종 스위츠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여 배를 채우고 쇼핑 -> 긴린코호수에서 다시 천천히 돌아 료칸으로 -> 료칸에서 잠시 쉬다가 온천 입욕 -> 근처 마트에 들렀다 와서 저녁식사 -> 온천 입욕 -> 취침
이번 여행의 목적이나 다름 없었던 료칸은 유후인역 근처의 타츠미 료칸으로 골랐습니다.
저는 료칸이 처음이고 나름 만족스러워했는데 친구는 가격 대비 시설이 별로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유후인역에서 걸어서 5분-10분 거리라는 것이 최대 장점.
친구가 불만족스러워 한 이유는 마을 한가운데라 담장에 둘러싸여 경치가 별로고, 객실이 독채가 아니고, 주인 아주머니가 영어도 한국어도 잘 못하셔서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주워들은 일본어 정돈 할 줄 알아서 괜찮았어요. 높임말 같은 게 엉망이라 좀 부끄러웠지만요...
탕은 남탕과 여탕이 각각 실내탕 하나, 노천탕 하나로 이루어져 있고 아담합니다.
저희가 묵은 날은 다른 손님이 없었는데 남탕이 더 쓰기 편하다며 남탕을 주셨어요. 손님이 저희밖에 없어서 그런지 이용시간은 따로 없어 보였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덕분에 날이 덥지 않아서 입욕하기 좋았습니다.
식사는 미리 정해 둔 시간에 방으로 가져다 주십니다. 가이세키 요리까지는 아니고 화려한 가정식 정도로, 한 상으로 깔끔하게 차려져 나옵니다. 식사 후 상을 정리하러 오면서 후식을 갖다 주십니다.
식사 후에는 직접 잠자리를 펴 주시고요.
료칸 앞 개울에 반딧불이 산다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비 때문인지 방에선 보이지 않더라고요.
아침에는 이부자리를 개고 또 상을 펴서 방에다 아침식사를 차려 주십니다.
여행사에서 아침이 일곱 시부터 된다는 정보를 듣고 결정한 숙소였는데, 일곱 시 사십 오 분부터 된다고 하셔서 좀 당황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일곱 시 사십 분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일곱 시에 차려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ㅅ;
사진은 역시 먹거리 위주로 몇 장.
스누피 카페에서 먹은 스위츠들.
말차라떼 위에 올려진 것은 마시멜로입니다. 너무 달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음료만 마시고 스누피는 살려 주고? 나왔습니다 ㅋㅋ
아래는 친구가 먹은 세트로 모나카와 경단, 말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단엔 팥이 들어있지 않아 달지 않고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먹어 보고 싶었지만 전날의 숙취 때문에 자제했습니다.
스누피 카페에서도 어제 무민 카페처럼 스누피 도시락 같은 걸 팝니다.
벚꽃 배경이라든지 일본풍의 스누피 일러스트가 걸려 있었는데 작가 사인이 있는 걸 보니 작가 본인이 그린 거겠지요?
비허니에서 먹은 허니 선데.
벌꿀 아이스크림의 원조? 맛있습니다.
고양이를 테마로 한 기념품점의 우리 안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
좁은 철창에 갇혀 있어서 좀 불쌍했어요.
가게는 참 예뻤습니다.
비 오는 긴린코 호수의... 왜가리? 무슨 새인지 모르겠네요.
프로랄 빌리지라는, 나는 너의 지갑을 털고 싶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해 보이는 기념품 단지? 아무튼 그런 곳에 있던 토끼입니다. 토끼에게 먹일 수 있는 당근 조각을 세 개 100엔에 팔고 있습니다.
당근을 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당근을 세게 붙들어야 합니다. 엄청난 힘으로 뺐어갑니다.
돌면서 보니 부엉이와 염소도 있더군요.
귀여워서 한 장 더.
료칸 타츠미의 석식.
왼쪽의 작은 불판에 소고기와 채소를 올려 주십니다.
사진에 보이는 음식들에다 쌀밥과 된장국이 추가됩니다. 후식으로는 파나코타 같은 것이 나왔어요.
음식 양도 적절하고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단 방에서 고기 구운 냄새가 나니 온천탕 다녀오는 사이 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료칸 타츠미의 조식.
원래 아침식사는 잘 넘기질 못해서 거르는 편인데, 전날 푹 자서인지 거의 다 먹었습니다.
동그란 반찬통에 담긴 것은 우메보시인데, 맛있지만 짜고 시어서 하나만 맛보았네요.
누가 이렇게 매일매일 아침 차려줬으면 ;ㅅ; 직장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합니다.
여행 셋째날은 일어나서 조식 먹고 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했어요.
좋은 친구와 함께 좋은 음식들 먹고 푹 쉬고 안전하게 돌아왔습니다.
벌써 또 가고 싶네요. 료칸.
+ 일본 여행하면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친절했는데 유후인의 유후후 롤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네요.
가게 안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다들 커플로 들어와서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저랑 제 친구보고만 2인용 테이블로 옮기라고 하더라고요. 죄송합니다만이라든지 하는 말도 없고 그냥 손짓으로 저기 가라고 하고 설명을 요구했더니 저기가 2인용 테이블이라고만 자꾸 그러더라고요. 4인용 테이블에 둘이서 앉은 일본인 커플들한테는 아무 말도 없고요. 한국인이라고 무시한 건지 여자 둘이라고 무시한 건지 몰라도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전 배가 안 고파서 음료만 주문하고 롤은 안 먹었는데 친구 말로는 롤케잌 맛도 그저 그렇대요. 한 조각도 다 안 먹고 남기더라고요. B-speak의 명성에 얹혀 가는 장사인 것 같은데 무슨 배짱인지... 아무튼 유후인에 다시 가게 되면 저 가게는 발도 안 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