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쇼 챙겨 가는 것이 연중 행사가 되었다.
공연 볼 기운도, 영화 볼 기운도 없어서 누가 보러 가자 해도 번거롭다는 생각부터 드는데, 이렇게 열광할 것이 하나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
몇 가지 인상 남았던 점들. (상당히 남싱 편파적임)
키이라 코르피, 예뻤다. 프로그램은 예쁘고 무난했지만 2부에서 프로그램 중간에 상큼하게 웃으면서 관객 어필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 하고 소리지름. 예뻐...
브리앙 쥬베르. 쥬벨의 심플하고 관객 어필 많고 건강한 수컷 냄새 나는 프로그램은 사실 취향이 아닌데 오늘은 좀 좋았다. 잘... 잘생겼다...! 1부 모오락은 쥬벨이랑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프랑스 남자답게 잘 어울리더라. 그리고 글래디에이터에서의 첫 점프는 오늘 본 모든 점프들 중 가장 존재감이 넘쳤다. 야구딘과 쥬벨이 같이 등장한 쇼에서 쥬벨이 글래디에이터를 성공적으로 연기해낸 것도 소소한 재미. 쥬벨을 쇼에서 처음 보았을 땐 덩치에 안 맞게 수줍 수줍 하는 느낌이라 귀여웠... 는데 어느 새 당당한 남자가 되었음.
패트릭 챈. 넌 못 하는 게 대체 뭐냐! 스핀도 열라 잘해! 점프도 잘해! 완전 사기캐. 챈의 스케이팅은 정말이지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좋다. 빠른 속도로 복잡한 풋워크를 아무렇잖게 해 내는 것도 그렇고, 상체표현도 예전엔 그냥 팔 가만 두기 민망하니까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자연스럽고 멋이 난다. 랑비처럼 상체로 무용하듯 연기하는 느낌은 아니고 발동작이랑 잘 어울리고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임. 마치 챈의 갈라 의상들같다.(칭찬 맞음..) 매력적이야.
스테판 랑비엘♡♡♡♡♡♡♡♡♡♡♡♡♡♡♡! 몰라 난 솔직한 여자가 될 거야. 랑비엘은 언제나 클래식 프로그램을 하나씩 보여줘서 좋다. 한국 관객들 특성상 관객 호응 유도하기 좋은 팝으로 앞뒤를 채우고 싶은 유혹이 느껴질 만도 한데 매번 클래식을 하나씩 들고 와서 쇼를 풍성하게 해 줌. 그리고 랑비엘의 갈라 프로그램은 컴페티션의 제약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언제나 컴페티션 못지 않게 꽉 차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고품질의 갈라 프로그램이라는 느낌. 피겨 요정♡ 같은 몸으로 제 프로그램에 취해 빙판 위를 휘젓고 다니는 걸 보면 매력적이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1부 차이콥스키 바협은 저 남자가 또 아마추어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게 할 정도였음. 역시 쇼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알렉세이 야구딘. ......아저씨 실제로 보니 아저씨가 아니었어!!!!! 나랑 n살 차이밖에 안 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저씨 정말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였구나! 오빠! 화보 사진이나 존재감이나 중후한 중년이어서 처음 봤을 때 저게 누구지? 야구딘 닮았...응?
점프가 예전 같지 않을 테니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점프는 예전같지 않을지언정 쇼맨쉽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스텝! 이 쩔었다. 챈의 정신없이 변화무쌍한 스텝 쪽이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야구딘의 불 붙은 스텝을 보니 자동으로 샤우팅이 터져 나왔다. 스텝하는 내내 존재감 쩔었어요 오빠.
연아. 올옵미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올옵미 칭찬을 하려 하니 식상한 말들밖에 안 나와서 관두기로 하고.
록산느... 2007년 세선 때의 연아가 겹쳐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꾹 참았다. 컴비네이션 점프와 비엘만 스핀이 빠져 있는 록산느는 더 강해진 피겨여왕!을 보여주기에는 뭔가 부족했지만, 그 때 그 충격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주었다. 열 일곱 살의 연아가 얼마나 굉장한 스케이터였는지, 그 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더랬지. 눈물을 참으면서 기립박수를 치다 보니 내가 연아교 부흥회에 와 있는 것 같아 잠시 민망했는데, 아무렴 어때 몰라 이거 연아교 부흥회 맞거든!!!!!!!!
다음 시즌에는 이제 연아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강렬함, 화려함 뿐 아니라 07년 록산느 그 때의 냉정함을 기대해 봐도 될까. 아니 그냥 건강하게, 만족스런 프로그램 보여주면 족해요. 그럼 난 또 다시 그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지겠지.
아, + 김병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저씨 존경해요. 어느 틈에 피겨 연습을 하셨는지.
올 겨울은 지난 겨울보다 지내기 수월할 것 같다.
'피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아퀸의 귀환을 맞아 영양가 없는 잡담 (0) | 2012.12.11 |
---|---|
챈 까지 말라고 (0) | 2012.11.11 |
당분간 피겨팬질을 계속해도 괜찮겠다. (0) | 2012.01.23 |
패트릭 챈도 링크역. (0) | 2011.07.03 |
스테판 랑비엘 EX 프로그램 유툽 링크 몇 개 (추가) (0) | 2011.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