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泫定
구관 & 자캐 베이스로 적립식 덕질합니다. 과거 덕질 목록은 태그&메뉴 참조. 현재진행중인 목록: 구체관절인형, 인형한복, 자캐덕질, 옹성우 <-new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013. 12. 16. 03:12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이전 블로그에 포스팅 한 적 있는 곡인데, 야밤에 감상이 들어 써 본다.

 뮤지컬 '카미유 클로델'의 넘버인 이 곡을 처음 접한 것은 김연아의 갈라 프로그램에서였다. 그 전에는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곡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듣자 마자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내가 옳았는지, 내 노력이 과연 충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gold'를 붙잡을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었다. 나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불과했지만, 누군가는 분명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세요.'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산 결과 정말 값진 것을 이루어 본 적이 있는, 그리고 이제 그런 과거를 후회 없이 추억하는 한 여성이 과거의 자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는 느낌.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본과생이었고, 이 노래의 화자가 너무 빛나 보이고 부러워서 슬펐었다.


 연아가 2009년이 아닌 이번 시즌에 이 곡을 사용했으면 좋았겠다는 망상을 해 본다. 'Here in my own two hand, I once have the gold'로 마무리되는 이 노래는 앞에도 썼듯이 회상조의 노래고, 한창 선수 생활의 절정기로 치닫고 있던 2009년의 연아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고 올림픽 메달도 따 보고 선수생활을 잠시 쉬어도 보고 이제 은퇴를 목전에 둔 지금의 연아에게 맞춘 듯이 어울리는 곡이라서. 소치 올림픽 갈라로 이 곡이 사용된다면 속된 말로 포스가 쩔 것 같은 느낌. (2009년의 gold가 컴페티션에 집중하느라 그랬는지 좀 아쉬움이 남는 프로그램이었기도 하고.)

 물론 지금 갈라 프로그램 곡인 imagine이 올림픽 무대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선곡이긴 하지만.


 아주 개인적 감상으로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르 귄 여사의 '혁명 전날'과 '빼앗긴 자들'에 언급되는 혁명가 오도가 떠오른다. 딱 들어맞지는 않는 듯한데, 내가 르 귄 단편집을 읽으며 gold를 듣기라도 했던 걸까.

posted by 泫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