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泫定
구관 & 자캐 베이스로 적립식 덕질합니다. 과거 덕질 목록은 태그&메뉴 참조. 현재진행중인 목록: 구체관절인형, 인형한복, 자캐덕질, 옹성우 <-new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테르미도르'에 해당되는 글 1

  1. 2014.07.19 유제니 ㅠㅠㅠㅠㅠㅠ
2014. 7. 19. 19:20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저기 저 위에 아련아련한 저 분. 거친 남자★로 등장했다가 뒤로 갈수록 아련해지심. 아니 끝까지 거친 남자긴 한데 아련해지심.

 테르미도르를 왜 이제야 봤을까. 애장판이 절판되서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구판은 비싸지 않지만 연재분의 컬러 페이지가 흑백 처리되어 있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가진 문화상품권을 다 털어서 애장판을 중고구매함.

 

 누군가 이영도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단편집이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추천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폴라리스 랩소디'를 가장 좋아한다. 분위기가 취향이라서인 것 같기도 하고, 휘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김혜린 만화를 누군가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불의 검'을 추천하겠지만. 나는 테르미도르가 가장 사랑스럽다. 가상세계가 아니라 혁명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유제니가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예로부터 미모의 혁명가란 내 약점 포인트였다. 란지에가 그랬고, 앙졸라가 그랬지. 하지만 란지에가 혁명가 기믹을 얹은 반짝반짝 미소년 모에캐고 앙졸라는 이상화된 혁명의 여신님이라 번쩍번쩍 우러러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면, 유제니의 이미지는 시종일관 검게 젖어 있다. 미모 말고는 가지고 태어난 것도 없는데 내내 잃기만 하는 캐릭터. 좌절하고 방황할 일만 계속 일어나 많이 다치고 아파하지만 마지막까지 거칠고 질기고 순결하다. 눈 앞에 선택지가 놓이면 죽어도 고만 외치는 놈. 왜 꼭 죽여야 했나요 작가님? 저기요, 작가님??

 무력은 초 고렙으로 설정되어 있는 주제에 마른 어깨라느니 마른 놈이라느니 자꾸 말랐다는 게 언급되는데, 설정상 못 먹고 자란 데다 먹을 게 생기면 주변 고아들한테 다 나눠 주니 마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코뮌의 투사는 밥 못 먹고도 전투력이 만렙인가요 하는 의문도 별로 품고 싶지 않은 것이, 작화상으로도 모델 핏 몸매에다 타이트한 판탈롱에 느슨한 셔츠에 하늘하늘한 스카프랑 군복 코트 자락을 팔랑거리며 돌아다님. 나 보기 좋으라고 그러지, 요 쁘띠 디아블 ♥

 

 덕분에 난 내 적립식 덕질 목록에 유제니를 추가해 놓고 중국 구관 샵까지 뒤져서 샤벨을 주문해 놓았다. 도착하면 구현할 준비 해야지. 아무도 못 알아보겠지만.

posted by 泫定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