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泫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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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7. 23:12 보고 읽고 듣고 하고

 귀신 나오는 영화는 예고편도 안 보는 내가 엑소시즘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네 번 봤다. 세상에 난 세 번인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네 번 갔어 극장에. 며칠동안 내 정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학생 때 엠티 갔다가 선배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틀어서 이틀 밤을 샜던 기억에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 영화는 호러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대중적인 예시는 아니지만 미드 슈퍼내추럴과 영화 콘스탄틴의 사이에 위치하면 적절할 정도의 공포도. 그런데 같이 간 친구는 엑소시즘 시작할 때 부터 쉴 새 없이 자지러지더라. 나보다 무서운 거 못 보는 사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매니아도 아니고 호러 장르엔 근처도 안 가는 내가 이 영화의 장르적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실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무슨 장르든 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걸 전부 우겨넣거나 반대로 넣을 게 없어서 쓸데없는 걸 구겨 넣는 작품들이 흔한데, 이 작품은 충분한 설정과 자료조사를 한 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욕심만 부려서 골라담아냈다는 게 느껴진다. 억지 반전 없고, 시나리오에 배배 꼬이는 부분이나 찜찜한 데가 없다. 그리고 강동원의 비주얼이 참으로 정갈하다. 사실 강동원한테 수단을 입혀 놨으니 더 이상 욕심부려선 안 되는 게 맞긴 하다.

 단 평이하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강동원 때문에 보러 가긴 했지만 날 감동시킨 건 바흐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구마가 이뤄지고 있는 어두운 골방과 번화한 명동 거리가 교차하는 장면과, 도망쳐나온 최부제가 어둠 속에서 밝은 거리를 간절히 바라보는 장면, 그리고 반대로 거리에서 어두운 골목 속의 환영을 들여다보는 장면이었다.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연출은 내가 원래 몸살나게 좋아하던 거라 ㅠㅠㅠㅠㅠㅠ  아니 일단 서울을 배경으로 엑소시즘을 하고 있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게 감동적 ㅠㅠㅠㅠㅠㅠㅠ 예고편만 봤을 땐 유치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 ㅠㅠㅠㅠㅠㅠ 퇴마록의 한이 풀린 느낌이랄까. 진여신전생에서 도쿄 거리를 뛰어다니며 이 배경이 서울이었으면 ㅠㅠㅠㅠㅠ 하고 부러워했던 한이 풀린 느낌이랄까. 감독님 이런 영화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배우님들 감사합니다.

 

 또 보러 가고 싶은데 너무 자꾸 보면 단점만 눈에 들어오게 될 거라서 자제하고 있는 중. 오래오래 상영해주세요. 또 보러 갈 테니. 그리고 웬만하면 속편도 좀 제발.

 

 

+ 오프닝 시퀀스를 정말 잘 만들었다. 파이프 오르간을 사용한 음악도 좋았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이미지들과 영화 이해에 필요한 키워드를 영상과 텍스트로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음.

 배우들 연기가 주연부터 엑스트라까지 구멍이 하나도 없음. 그리고 다들 그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 특히 주연배우 세 명은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도 없게 잘 어울림.

posted by 泫定
2015. 7. 14. 22:22 보고 읽고 듣고 하고

 한때 리듬체조도 팬질을 좀 해볼까 하고 영상을 찾아봤던 적이 있다.

 결국 리듬체조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찾아보곤 하는 영상이 있다. 러시아 선수 야나 쿠드랍체바의 볼 연기, 그 중에서도 이 '녹턴'에 맞춘 연기 영상이다.

 리듬체조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나조차도 이 사람이 이 분야의 거장이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는 움직임. 물방울을 가지고 노는 요정 같은 움직임이다. 저 마른 몸에서 어떻게 저런 동작이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

 영상은 2013년 세계선수권 영상인 듯.

 인터넷을 다니다 리듬체조에 대한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유툽을 뒤져 하염없이 재생하다 여기에도 올려 봄.

 

posted by 泫定
2015. 3. 29. 11:35 보고 읽고 듣고 하고

 분명 주의 붙였습니다.

 스포일러도 있을지도 모름.

 영화에 대한 감상은 아님... 아닌 것 같아요.

 

 내 일상에 벼락같이 떨어진 모에로움이다 이건.

 

 바람의 검심에 대한 정보라곤 켄신이란 놈이 주인공인데 역날검이라는 간지롭고도 중2로운 물건을 들고 다닌다 + 이중극점이라는 판타지 기술이 나온다 정도만 들어봤지 만화책도 애니메이션도 안 본 여잔데 이게 웬 날벼락인지. 심지어 켄신이 이중극점도 쓰는 줄 알았음 켄신이 주먹질도 하는 줄.

 케이블 채널에서 1편 해주는 걸 보고 나서 2,3편은 할인 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다가 어느 날 심심해서 한 편을 결제해서 봤는데 결제하고 보니 그게 3편이었음. 가운데토막 빠뜨린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연달아 2편도 봤는데 웬걸 2편의 켄신이 제일 모에로웠다.

그리곤 인터넷 쇼핑몰로 달려가서 1편 DVD를 삼.

 1,2,3편 전부 일주일 동안 서너 번씩 돌려 본 것 같다.

 

 켄신이 사랑스러워 숨질 것 같음 + 액션이 간지가 철철 넘친다.

 

 만화를 안 봐서 켄신이란 캐릭터가 원래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매력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켄신과 발도재 사이에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있는데

 일단 '셋샤'니, '고자루'니, '카타지케나이'니 하는 예스러운 말투를 쓰는 모드 / 평어 모드로 크게 나뉘고

 다시 허당 귀요미 / 부드럽고 강한 남자 / 냉정한 칼잡이 / 화난 상태 정도로 나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목소리 톤은 낮아지고 (+완전 화나면 쉰소리가 남) 말이 짧아짐 ㅋㅋㅋㅋㅋㅋㅋ

 앞쪽으로 갈수록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뒷쪽으로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ㅋㅋㅋㅋ

 

 마른 체구에 하카마 걸쳐놓은 자태나 앳되고 선 가는 얼굴이 몹시 예쁘고 우울한 과거 있는 남자 기믹도 설레고 은퇴한 강자 설정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고 무엇보다 일대다 액션의 타격감에 반했는데, 계속 돌려보다 보니 처음에는 좀 거슬렸던 귀요미 모드도 귀여워 죽을 것 같고 화난 상태도 그냥 멋있음ㅋㅋㅋㅋㅋㅋㅋ 오글거리는 대사도 그 설정에 그 비주얼로 하니까 어울림 ㅋㅋㅋ

 일본 사극 특히 개화기 배경 사극에 거부감이 있고 하카마 멋있는 줄 몰랐는데 켄신에게는 백기를 든다. 항복.

 

 역날검 설정도 영상으로 보니 매력적이었다. 액션 장면에서 유혈로 인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타격감은 한층 상승한다. 못해도 1kg은 넘을 폭 좁은 쇠막대기로 머리며 목을 사정없이 후드려패는데 저거 과연 안 죽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고수라니까 알아서 힘조절 하려니... 점프해서 날아들면서 머리통을 찍어버리는데 과연 안 죽을까... 뭐 고수라니까...

 1대 다수로 싸울 땐 빠른 몸놀림과 원샷 원킬...은 아니고 원 넉다운의 사정없는 구타 중간중간에 비천어검류 기술로 추정되는 화려한 칼놀림이 눈요기감이고,

 강적을 상대할 때는 상대가 전투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역날검으로 패야 되는데 쎈 놈들은 한 두 대 패봐야 대미지가 충분치 않은지 본인도 베이고 찔리고 맞고 구르면서 싸우는데 장하고 기특하고 짠하기도 하다. 역날검을 든다는 것 즉 무력으로 정의를 관철하되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줌.

 이걸 좀 더 직유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사이토와의 빗 속 대결에서 역날이 켄신의 몸을 베는 장면이라든지, 세타 소지로와 붙었을 때 나가소네 코테츠의 날에 역날검이 부러지는 장면.

 그래서 진에와 대결 뒤에, 약자의 도망이라며 켄신에게 일침을 놓는 사이토를 향해 내가 다 억울해서 항의하고 싶었다. 도망이라니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신정부 수립 후에 켄신이 새 세상 열렸으니 귀찮은 뒷처리는 권력 좋아하는 애들이나 하라지 난 권력에 관심 없으니 소탈하고 행복하게 살 거야 했으면 사이토에게 동의해주겠지만, 길바닥에 구르면서 그 권력 좋아하는 애들이 다 못 하는 뒷처리를 착실히 하고 있는 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기는 게 멋짐.

 발도술 폼 잡는 것도 물론 멋짐.

 발도도 멋지지만 착도도 멋짐.

 게다 신고 아장아장 걷는 거 겁나 귀여움.

 회상씬에서 머리 높이 올려 묶은 거 청순터짐.

 그때만 청순한 거 아님 왜 싸우다 말고 청순하고 난리?

 그만해야지.

 이거만 올리고.

 

 싸우다 말고 청순한 켄신.

 

 켄신 외에도 캐릭터마다 액션 스타일이 다 달라서 아 저 캐릭터가 만화에서 어떤 캐릭터겠구나 추정해 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큰 몸으로 몸빵하면서 주먹질하는 사노스케는 칼잡이들 사이에서 단연 튀고, 한 마리 다람쥐마냥 가볍고 빠른 소지로, 칼질 한 방 한 방 너를 죽여주겠다는 확실한 동작으로 베고 찌르는 (주로 찌르는 것 같은?) 사이토, 쌍검으로 베는 동작이 주를 이루고 칼바람 불듯이 싸우는 아오시, 하나하나 스타일이 달랐다. 특히 시시오랑 1:4로 붙을 때 공격 스타일 다른 네 명 + 시시오가 액션 합을 맞추는 걸 보고 감탄했음.

 켄신 한 사람만 봤을 땐 과거회상 장면에서 진검을 들고 대량살상하는 장면과 현재시점에서 역날검 들고 다수와 싸우는 장면이 대비됨. 진검과 역날검의 차이가 액션의 스타일을 확연히 달라지게 만들더라.

 

 아무튼 영화 세 편으로 이미 켄신의 매력에 빠져죽을 것 같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세 편으로 부족해. 뭔가 더 보고 싶다.

 그런데 또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 느낌과 다를 것 같아 무서워서 못 보겠다.

 살려줘.

 

+ 세 편 다 마무리가 맘에 안 들더라. 1편의 오카에리 타다이마는 그래 취향 문제일 수도 있으니 넘어가고 2편의 인질극에 이어진 동반입수는 멋진 스승님이 나와서 상쇄해주셨지만 3편의 경례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똥임. 켄신이 카오루한테 고백하는 수줍고 귀여운 모습을 덮어버릴 정도로 임팩트 있는 똥이었다.

posted by 泫定
2014. 9. 12. 20:47 보고 읽고 듣고 하고

내용은 별 다를 것이 없었는데, 보다 보면 엄마 아빠 보러 달려가고 싶어지는 영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었다.

강동원의 우는 얼굴을 맘껏 볼 수 있다.

그간 보기 힘들던 강동원의 상의 탈의를 볼 수 있다.

posted by 泫定
2014. 8. 3. 13:58 보고 읽고 듣고 하고

 강동원이랑 강동원 옷 보러 갔다.

 첫번째는 그냥 이성을 잃고 봤는데 두 번 째 보고 나니 분량상으론 적절한 것 같은데 왜 주인공보다 기억에 남는지 알겠다.

 

 주인공 도치의 드라마가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조윤의 드라마는 후반에 집중되어 영화 전체의 절정 부분과 겹침. 조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도치의 이야기도 비슷한 무게감으로 진행이 되었어야 할 것 같은데, 후반부의 도치는 액션 말고는 하는 게 없다. 울분에 찬 도치가 추설에 들어가 노사장과 스님의 영향으로 대의를 가슴에 품게 될 줄 알았는데 후반에 보니 그냥 복수심을 가진 가벼운 캐릭터가 되어 있었음. 복수심이라도 쩔었으면 임팩트가 있을 텐데 대의도 그냥저냥 복수심도 그냥저냥으로 표현된 느낌. 

 개인적으로 그 화승포는 빼는 게 나았을 것 같다. 도치가 뭔가 했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시선을 뺏어가는 조윤도 없으니 더더욱 멋지게 나설 좋은 기회였는데 화승포로 쓸어버리니 통쾌하다기보단 좀 허무했음. 주인공이 악역한테 비중 뺏긴 것도 모자라서 화승포한테 비중 뺏김.

 

 조윤이 전장에서 아기를 안고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분이 이 영화 전체의 클라이막스인 마냥 쩔어줬음. 마침 그 장면에 주인공이 있지도 않았음. 아버지 죽이고 나서 아기 안고 심경 변화를 암시하는 대사 하는 부분이나 집에 빼곡한 사람들 앞으로 한 손에 아기 한 손에 칼 한 자루 들고 걸어나갈 때 마치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를 예견하는 장면마냥 비장미 돋더라. 

 아기가 조윤의 완소 패션 아이템.

 

 진짜 클라이막스는 교수대 앞에서 백성들이 뒤엎을 때여야 할 것 같고, 주인공이 주인공으로 남고 악당이 악당으로 남기 위해서는 조윤이 애도 아버지랑 같이 죽인 다음에 후회하든지 막 나가든지 했어야 할 것 같다. 악당에게 쓸데없는 쉴드거리를 던져줌.

 ......신급 소드마스터라서 아기라는 핸디캡을 주지 않으면 처치할 방법이 없었나.

 

 도치가 상투 안 자른 건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장면에서 상투 잘랐으면 개그가 되거나 조윤의 불쌍함만 가중시켰을 것도 같다.

 

 

 +노사장은 재주도 좋다. 그 처녀귀신 비주얼은 상투가 잘린게 아니라 망건이랑 상투끈만 잘려야 나올 비주얼 같은데.

posted by 泫定
2014. 7. 27. 11:07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이 스틸컷 한 장만 보고 이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한복에 칼 든 강동원이 있으면 다른 게 아무 것도 없어도 만 원이 아깝지 않았으니까.

 강동원만 놓고 볼 때는 형사 때의 비주얼의 업그레이드판.

 일단 한복이 훨씬 더 한복 같고 예쁘고, 액션도 훨씬 액션 같다.

 바지저고리에 창의에 도포에 겹겹이 걸쳐 놓은 것이 강동원 몸짓에 펄럭펄럭 나부끼는데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 영화에 집중은 안 되는데 러닝타임 내내 행복감은 최고조상태였음. 무슨 마약같다.

 

 지리산 추설은 처음 등장할 때는 참 멋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악역에 묻혔다기보단 캐릭터가 너무 많다 보니 주체를 못한 듯. 캐릭터 두셋은 합치거나 빼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악역의 불운한 과거를 친절히 이야기해 주는 거 하며 탐관오리를 때려잡는다더니 일반인들이랑 애먼 포졸들만 수없이 죽어나가고 비참하게 죽어 간 그 많은 사람들이랑 비교해 볼 때 모든 것의 원인제공자는 참 예쁘게 최후를 맞는 것이... 내 스타일은 영 아닌데 뭐 강동원이니까 이해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최종보스를 잡은 게 주인공이 아니라 백성 A였다는 것은 맘에 들었음.

 제작진 스스로도 민초들의 이야기 이런 소리보단 시원한 액션 활극입니다 즐겨주세요 했으니 별 소리 않고 넘어가긴 하겠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서 별로 시원하진 않더라.

 도적단은 포졸 학살하고 악당은 도적단 학살하고 무쌍난무하고.

 

 그래, 뭐 그냥 강동원이 예쁘면 됐지.

 감독님 의상팀 액션팀 강동원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泫定
2014. 7. 19. 19:20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저기 저 위에 아련아련한 저 분. 거친 남자★로 등장했다가 뒤로 갈수록 아련해지심. 아니 끝까지 거친 남자긴 한데 아련해지심.

 테르미도르를 왜 이제야 봤을까. 애장판이 절판되서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구판은 비싸지 않지만 연재분의 컬러 페이지가 흑백 처리되어 있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가진 문화상품권을 다 털어서 애장판을 중고구매함.

 

 누군가 이영도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단편집이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추천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폴라리스 랩소디'를 가장 좋아한다. 분위기가 취향이라서인 것 같기도 하고, 휘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김혜린 만화를 누군가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불의 검'을 추천하겠지만. 나는 테르미도르가 가장 사랑스럽다. 가상세계가 아니라 혁명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유제니가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예로부터 미모의 혁명가란 내 약점 포인트였다. 란지에가 그랬고, 앙졸라가 그랬지. 하지만 란지에가 혁명가 기믹을 얹은 반짝반짝 미소년 모에캐고 앙졸라는 이상화된 혁명의 여신님이라 번쩍번쩍 우러러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면, 유제니의 이미지는 시종일관 검게 젖어 있다. 미모 말고는 가지고 태어난 것도 없는데 내내 잃기만 하는 캐릭터. 좌절하고 방황할 일만 계속 일어나 많이 다치고 아파하지만 마지막까지 거칠고 질기고 순결하다. 눈 앞에 선택지가 놓이면 죽어도 고만 외치는 놈. 왜 꼭 죽여야 했나요 작가님? 저기요, 작가님??

 무력은 초 고렙으로 설정되어 있는 주제에 마른 어깨라느니 마른 놈이라느니 자꾸 말랐다는 게 언급되는데, 설정상 못 먹고 자란 데다 먹을 게 생기면 주변 고아들한테 다 나눠 주니 마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코뮌의 투사는 밥 못 먹고도 전투력이 만렙인가요 하는 의문도 별로 품고 싶지 않은 것이, 작화상으로도 모델 핏 몸매에다 타이트한 판탈롱에 느슨한 셔츠에 하늘하늘한 스카프랑 군복 코트 자락을 팔랑거리며 돌아다님. 나 보기 좋으라고 그러지, 요 쁘띠 디아블 ♥

 

 덕분에 난 내 적립식 덕질 목록에 유제니를 추가해 놓고 중국 구관 샵까지 뒤져서 샤벨을 주문해 놓았다. 도착하면 구현할 준비 해야지. 아무도 못 알아보겠지만.

posted by 泫定
2014. 6. 4. 22:16 보고 읽고 듣고 하고

 Tartaros - Rebirth 란 이름으로, 세부 시나리오를 추가하고 좀 다듬어서 서비스를 시작할 모양입니다. 현재 베타 테스터 모집이 완료되어 있네요.

 처음에 소식을 접했을 땐 타르타로스 리버스라기에 reverse인 줄 알고 뭐가 리버스된다는거지??? 하고 온갖 망상을 했는데(반란이 일어난다든지, 신들이 쳐들어온다든지, 신계가 뒤집어진다든지...) 그냥 rebirth하시는 거였네요.

 

 탈타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눈물이 ㅠㅠㅠㅠㅠㅠ

 

 일본 티저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타르타로스 결계진이 돌아가는 모습과 함께 각 단계 결계진의 설정을 적어 놓고 있습니다.

 직접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 http://rebirth.gamescampus.co.jp/index_rebirth.asp#

 

 한 사람이 한 층씩 만들었다면 네 번째를 아엘로트가, 다섯 번째를 디오네가 만들지 않았을까요. 뭐 그냥 색상이.

 첫번째는 힐베르트였을 것 같습니다. 아니 힐베르트여야 합니다. 힐베르트니까요!

 

 내가 재벌이라면 타르타로스 패키지 게임을 만들텐데. 안 팔리면 내가 다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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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泫定
2013. 12. 16. 03:12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이전 블로그에 포스팅 한 적 있는 곡인데, 야밤에 감상이 들어 써 본다.

 뮤지컬 '카미유 클로델'의 넘버인 이 곡을 처음 접한 것은 김연아의 갈라 프로그램에서였다. 그 전에는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곡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듣자 마자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내가 옳았는지, 내 노력이 과연 충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gold'를 붙잡을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었다. 나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불과했지만, 누군가는 분명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세요.'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산 결과 정말 값진 것을 이루어 본 적이 있는, 그리고 이제 그런 과거를 후회 없이 추억하는 한 여성이 과거의 자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는 느낌.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본과생이었고, 이 노래의 화자가 너무 빛나 보이고 부러워서 슬펐었다.


 연아가 2009년이 아닌 이번 시즌에 이 곡을 사용했으면 좋았겠다는 망상을 해 본다. 'Here in my own two hand, I once have the gold'로 마무리되는 이 노래는 앞에도 썼듯이 회상조의 노래고, 한창 선수 생활의 절정기로 치닫고 있던 2009년의 연아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고 올림픽 메달도 따 보고 선수생활을 잠시 쉬어도 보고 이제 은퇴를 목전에 둔 지금의 연아에게 맞춘 듯이 어울리는 곡이라서. 소치 올림픽 갈라로 이 곡이 사용된다면 속된 말로 포스가 쩔 것 같은 느낌. (2009년의 gold가 컴페티션에 집중하느라 그랬는지 좀 아쉬움이 남는 프로그램이었기도 하고.)

 물론 지금 갈라 프로그램 곡인 imagine이 올림픽 무대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선곡이긴 하지만.


 아주 개인적 감상으로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르 귄 여사의 '혁명 전날'과 '빼앗긴 자들'에 언급되는 혁명가 오도가 떠오른다. 딱 들어맞지는 않는 듯한데, 내가 르 귄 단편집을 읽으며 gold를 듣기라도 했던 걸까.

posted by 泫定
2011. 4. 27. 04:05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전략) ...시민들이여, 우리의 19세기는 위대하지만, 20세기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낡은 역사를 닮은 것이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정복, 침략, 찬탈, 국가들 간의 무력 대결, 어느 왕의 혼인으로 인한 문명의 중단 사태, 세습적 폭정의 탄생, 국제적 협잡에 의한 민족들의 분열, 왕조의 붕괴에 뒤따르는 나라의 분할, 무한의 다리 위에서 마주친 어둠의 두 숫염소처럼 정면으로 부딪치는 두 종교의 싸움질 등, 오늘날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따위 것들이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기아, 착취, 절망에서 비롯된 매춘, 실업으로 인한 극빈 상태, 처형대, 검, 전투, 사건들의 숲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약탈 행위 등을 더 이상 근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거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사건은 없을 거야.' 모두들 행복해질 것입니다. 지구가 자기의 법칙을 따르듯, 인류 또한 자기들의 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후략)' (펭귄클래식 '레 미제라블' 5권 43p.)

 미안하다 앙졸라. 가상의 인물에게 연민은 많이 느껴봤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의 혼합물의 유사품 같은 감정이랄까.

+ 내 세상에 작품을 디스하는 역자후기도 또 처음 본다. 주석까지 달아가며 저리 공들여 번역해놓고 작품을 이해 못했거나 이해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빨갱이를 ㅈㄴ 싫어하시거나.
 저 장대한 소설을 읽고 받은 감동을 두세 페이지로 식혀버리는 재주가 놀랍다. 삽화도 없는 펭귄클래식판 팔고 동서문화사판 다시 살까 싶은 생각이 약간 드네. 
 귀찮아서 안 하겠지만.

posted by 泫定
2011. 4. 9. 00:31 보고 읽고 듣고 하고
http://www.varekai.co.kr

 듣기에나 보기에나 눈물나게 예뻤던 서커스.
 박수치고 환호하다 보니 온 몸이 쑤신다. 더 치고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퀴담이랑 알레그리아도 보러 갔을 것을.
 OST 사야지.

 스토리는, 그리스신화 속 이카루스가 떨어져 죽은 것이 아니라 '바레카이'란 신비의 나라로 떨어졌는데 거기서 이런저런 곳을 모험하면서 이런저런 이들을 만나 삶의 희망을 찾고 이쁜이 그녀를 만나 결혼한다는 이야기.
 하응 이카루스옵하앙 하응
 내 머리 속 이카루스는 그런 청순가련하고 겁 많아보이는 이미지가 아녔기 때문에 처음엔 웬 추락천산줄 알았다. 그 와중에 또 호기심은 많아서, 빤히 바라보고 고개 갸웃거리고 손 내밀다가 막상 누가 다가오면 놀래서 물러서고 아 귀욤귀요니ㅏ어ㅣㅎ마ㅗ'ㅁ고/#$ㅃㅃ#&% 저기 곡예하고 있는 연기자가 있는데! 눈을 어따 둬야 할 지 모르겠잖아!
 같이 가신 어머니도 '처음에 그 하얗고 날아다니던 남자애'가 제일 예쁘다고 세 번이나 말씀하심.
 이래서 우리가 모녀죠.
posted by 泫定
2011. 4. 7. 05:58 보고 읽고 듣고 하고

Peace cannot be kept by force, It can only be achieved by understanding.
- Albert Einstein

 더블오 극장판 피날레 문구.
 셋느님 우우.

 전개나 스타일이나 캐릭터 굴리는 방식에서나 더블오는 상당히 내취향이었다.
 사건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시드시데랑 별 차이는 없지만 작품은 사건의 총합이 아니니까.
 개똥철학을 읊어도 라크스 클라인 빠와로 덮어씌우는 거랑 클라크가 레퍼런스인 거랑은 좀 느낌이 다르잖아.
 (더블오의 모티브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2기 엔딩 때 슬쩍 나온다. 그리고 궤도 엘리베이터는 '낙원의 샘'에 묘사된 것과 유사)
 그러고 보니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피날레 인용구도 그렇고 어째 이곳 저곳에서 시드시데 디스하는 것 같아 웃겼음.
posted by 泫定
2010. 2. 9. 01:52 보고 읽고 듣고 하고

 아우 죠아요 ^ㅂ^

 참고로 전 강동원 팬입니다. 호불호 갈린다는 '형사'마저도 아니 이런 명작을 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지 하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진성 빠순이입니다. 동원씨는 얼굴만큼 연기도 잘 하고 아무리 봐도 성격도 좋은 것 같다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그게 바로 얼빠라더군요. 쳇.

 전 아무래도 강동원 나오는 영화는 제대로 감상한다든지 평가한다든지 하는 게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캐릭터에만 몰입을 해서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를 해석하게 되거든요. 거기다가 그 이쁘장한 얼굴이며 길죽길죽한 팔다리를 십분의 일 초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쫓다 보면 다른 건 잘 안 보입니다; 
그러므로 한 번 더 봐야 할 듯.

 감상이라면, 대박 날 것 같아 흐뭇하네요. 취향 타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 듯 합니다.
 간첩이니 국정원이니 하는 설정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수수합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무난한데, 무리하게 배배 꼬다가 산으로 가는 영화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릴러도 아닌데요 뭐.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강동원이 거의 99%를 담당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제 눈엔 강동원밖에 안 보였기 때문에 놓친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정형으로 씁니다.)
 요란한 걸 기대하기보다는 송강호, 강동원 두 배우의 연기를 감상한다는 기분으로, 혹은 그 두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하는 기분으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뭐 여성분들이라면 후줄근한 티셔츠 입고 닭백숙 먹는 강동원만 봐도 충분히 좋으니 그냥 가서 보시면 돼요.
 다 보고 나니 두 주연 모두 다른 캐스팅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동원의 말투가 사투리를 지워내느라고 간혹 어색할 때가 있는데, 그것마저 송지원 캐릭터에 굉장히 잘 어울리더군요.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가. 어떤 땐 또 엄청 자연스럽던데.

 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이쁘지 -///-
 

+ 이틀만에 또 보고 왔습니다.
 아니 뭐 공짜표가 생겨서...-///-

 다시 보니 이 영화 참 좋습니다. 수수해 보여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매력이 있는데, 무척이나 '한국적'이라는 겁니다. 한복 입고 나오는 사극보다도 더 한국적입니다. 아파트 총격씬이나 골목길의 추격씬이나 원룸 오피스텔의 풍경, 길거리 풍경이 감동적이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배경도 상황도 정서도 등장하는 아이템들도 매우 친근합니다. 무엇보다도 송강호씨가 그 분위기를 굉장히 잘 이끌어가고 있어요. 거기에 송지원같은 판타스틱한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군요. 아니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돌아다니는 게 왜 이렇게 신기하지. 움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람;;;

 그리고 다시 보니 더더욱 강동원밖에 안 보입니다. 이틀새 더 예뻐진 듯. 처음 볼 땐 관객들이 안 그랬는데 이번엔 동원씨 등장할 때마다 주변 여인네들의 거침 없는 탄성이. 훗. 악 그런데 내가 왜 흐뭇해하고 있는 거야 내 남자도 아니건만 ㅠㅠ 나는 2X년 솔로잖아 ㅠㅠ 이게 다 강동원 때문임
 다시 봐도 나이스 캐스팅. 동원이가 지원이고 지원이가 동원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한규 아저씨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흑 지원아!!! 이노무자슥아!!! 하고 아픈 가슴을 부여잡게 되는 참으로 바람직한 캐스팅.

 ...DVD나오면 사려고요. 지원이의 '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합니다.
posted by 泫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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